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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Edition

고려 중기 12세기

청자 원앙형 연적靑磁鴛鴦形硯滴

청자 원앙형 연적靑磁鴛鴦形硯滴

  • 제작시기고려 중기 12세기
  • 크기높이 11.1cm, 몸너비 13.1 X 6.3cm, 밑너비 6.8cm
  • 소장처금성문화재단
  • 고유번호가A1040
  • 문방사우(文房四友) 중 벼루에 물을 담는 연적(硯滴)은 금속이나 옥석보다 청자와 백자 같은 자기질(磁器質)로 만드는 편이 좋다. 선비의 나라 조선에서 연적은 원통형이나 사각, 팔각 같이 단순한 형태를 백색의 백자로 만들지만 고려는 원앙과 오리, 참외와 복숭아, 원숭이와 구룡(龜龍) 등의 동식물이나 동자(童子)의 모습으로 빚어 만들게 된다. 이 작품은 수컷 원앙이 소리치며 물을 차고 날아오르기 직전에 나타나는 특유의 몸동작을 생생하게 옮겨 놓았다. 회청색 태토(胎土)를 섬세하게 빚어 외형을 만든 후 내부를 일정한 두께로 깎아 내는 일품 제작기법을 써서 생동감 있는 표정을 구사한 점을 높이 평가할 수 있다. 태토와 유층이 정갈하고 균열이 전혀 없으며 표면 광택은 은은한 편이다.


    It is better to make a water dropper for an inkstone, one of the “four friends of the scholar’s study”, out of ceramics such as celadon and white porcelain than from metal or jade. This water dropper vividly shows a male mandarin duck quacking and splashing water just before ascending into the sky. It is very unique in that it is made of grayish-green clay exquisitely shaped as a duck and the interior was cut away to make uniform thickness.


    文房四友(筆、硯、墨、紙)のひとつである硯にさす水を入れておく硯滴は、金属や玉石よりも、青磁や白磁などの磁器質の方が望ましい。この作品は、雄のオシドリが鳴きながら水面を蹴って飛び立つ直前の動作を生き生きと表現している。灰青色の胎土で繊細に形を作った後、内部を一定の厚さにくりぬく精巧な技法を用い、躍動感のある表情を表現している。
  • 청자에는 원앙새나 오리 원숭이 등 당시 사람들이 애완(愛玩) 했던 동물이나 상상 속에 있는 용과 기린, 또는 표주박이나 복숭아 참외 죽순과 같이 주변에서 손쉽게 볼 수 있는 자연물의 형태를 응용하여 특별한 용도의 조형품을 만든 경우가 있다. 이들은 연적이나 향로, 주전자와 같이 최고 지배계층의 특수한 의례용(儀禮用) 도구나 장엄한 용도의 기호품이 대부분인데, 물론 이 경우 아주 특별한 고급 재질과 뛰어난 기술이 동원되며 만듦새가 뛰어나 명품(名品)의 경지에 이르는 높은 완성도는 놀라운 수준에 이르게 된다. 

    이 원앙 연적은 그러한 작품들 가운데서 특히 구성과 묘사가 참신하며 신선하고 소박한 감정이 그대로 표현되어 있어서 상형청자(象形靑磁) 가운데 선구적인 양식을 보이는 작품으로 생각된다. 원앙을 모델로 만든 이 연적은 머리의 깃이나 뒤로 치켜 올린 세운 날개 등 수컷의 특징을 잘 묘사하고 있으며, 입을 벌려 혀를 내밀고 큰 소리로 울고 있는 순간의 표정까지 정확

    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 우리의 눈을 끌고 있다. 

    아마 이 연적을 빚어 낸 사람은 원앙새의 습관과 표정을 오랫동안 관찰하였던 것이 분명하다. 이처럼 기쁨의 울음을 지을 때 표정이 가장 인상적이라고 느꼈기 때문에 바로 그 순간의 표정을 묘사했던 것 같다. 

    전체적인 비례는 머리가 좀 커지고 목이 짧아졌으나 이러한 왜곡은 실물을 축소하여 작은 크기로 만드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며, 머리 깃과 날개깃은 실물보다 조금 크며 다소 과장하는 수준으로 묘사되었음을 알 수 있다. 입가에 난 털과 목의 깃은 가는 음각 선으로 상징적이며 간결하게 처리하였고 몸통의 깃도 마치 물고기 비늘과 같이 단순화시켰다. 이렇게 세부 묘사를 단순화시킴으로써 원앙 수컷의 특징인 날개와 머리 깃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하였다. 

    제작방법은 처음에 흙덩이로 원앙의 입체적 형태를 빚은 후 밑에 배 밑 몇 군데를 뚫어서 몸통의 흙을 파낸 후 넓고 크게 만든 발을 붙여서 막았다. 또 목의 중간과 궁둥이 부분에 구멍을 내서 목과 머리, 꼬리 부분의 흙을 파내고 부리와 관통하게 구멍을 뚫은 후 메웠는데, 그 메운 흔적이 희미하게 남아있다. 아마 원앙의 표정을 정확하게 묘사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소조(塑造)기법과 속을 파내는 기법을 응용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이 원앙새는 완전한 정면관(正面觀)으로 좌우대칭형이다. 대부분 원앙이나 오리를 포함한 상형들이 자연스럽게 몸을 돌리고 움직이는 모습을 묘사한데 비하면 입과 꼬리까지 완전 대칭형인 이 원앙은 특수한 존재이기도 하다. 따라서 다소 경직되어 보이지만 부리와 머리의 표정에 생동감이 있어 부자연스럽지 않아 보인다. 아마 이러한 정면관의 좌우대칭형이 자연스러운 동작의 모습에 비해 초보적인 것이 아닐까 추측된다.   

    태토(胎土)는 특별히 정선(精選)한 것을 썼으며 밝은 회청색을 띠고 있다. 유약은 약간 얇은 편이며 맑고 투명하여 아주 가는 음각선과 태토의 질감을 예민하게 나타내고 있으며 균열은 없고 광택은 은은한 편이다. 부분 유층이 두꺼워진 곳은 엷은 회녹색을 띠며 넓게 만들어 받친 발의 밑바닥에 유약을 닦아내고 백색 내화토 비짐을 받쳤던 흔적이 남아있다.

  • 만전춘의 오리가 우리에게로   -이어령


    올하 올하 아련 비올하

    천 년 전 고려가요 만전춘滿殿春의 오리가 

    언제 이곳으로 날아왔는가. 


    짝 없이는 못사는 원앙이라 

    입을 벌려 혀를 세우고 

    사랑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구나.


    여울만 있으면 금시 물을 차고 날아오를 몸짓. 

    곧추세운 두 날개는 차라리 바람을 가르는 칼날

    무슨 영롱한 꿈을 담았기에 

    동그란 가슴은  비취의 구슬.

    홀로 있어도 외롭지가 않구나.   


    더 뺄 것도 없고 더 보탤 것도 없다.

    완벽한 대칭의 기하학. 

    정말 사람이 빚은 연적인가.


    오리야 오리야 어린 비오리야. 

    천 년 전 고려인들이 부르던 노래  

    지금 우리에게로 헤엄쳐 온  

    원앙이 한 마리


    -이어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