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룡도(雲龍圖)를 그려 넣은 준(樽)이나 항아리(缸)의 경우, 왕실 도화서(圖畵署)의 정통 화법을 훈련받은 화원(畵圓)의 그림과 분원(分院) 소속의 화공(畵工)의 그림이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또 화공의 그림도 솜씨에 따라 차등이 있을 수 있고 변형이 거듭되면서 원형으로부터 이탈(또는 일탈) 되는 등 여건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하면서 새로운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
여기 그려진 용은 전형적인 용의 모습은 아니다. 상상 속에 이무기를 그린 것 같이 화공이 흥에 겨워 마치 붓을 내던지듯 과감한 필치로 그렸다는 생각이 들 만큼 파격적이다. 얼굴은 마치 지네 같기도 하며 네 발은 그리지 않고 구름은 바람을 타고 구르듯 둥근 선을 빠른 속도로 이어 그렸다. 아마도 전통적인 용의 도상(圖像)을 한 번도 접해 보지 않았거나 아니면 그대로 그릴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에서 용을 연상시킬 수 있는 최소한 표현으로 인기 품목인 용항아리를 만들려 한 것 같이 보인다. 불안정하고 미흡한 모습의 용 그림과 달리 항아리의 제작 솜씨는 비교적 우수하며 태토와 유약도 상품(上品)에 가까운 편이다.
달하, 용꿈으로 태어난 달하 -이근배
하늘에 계신 달하,
높이 높이 떠서 어두운 세상
밝게 비추이는 달하,
즈믄 밤 꿈속에서
용을 만난 우리 어머니
빌고 빌어 낳으신
아들 같은 달하,
용왕님 바다 깊은 궁궐에서
날아올라 온몸으로 휘감으신
(백자철화 운룡문 항아리)
조선의 빛으로 떠오르신 달하
위로는 나랏님으로부터
아래로는 흰옷의 백성들까지
어화둥둥 사랑가 부르며
두둥실 두둥실 태평가 부르던
꿈속의 꿈을 싣고
용을 타고 우리에게 오신 달하,
해보다 밝아라.
꽃보다 어여뻐라.
하늘이 주신 옥동자여라.
마침내 사랑이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