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盞)이나 종(鍾) 등의 작은 그릇은 그릇 받침인 탁(托)을 갖추면서 비로소 존귀하고 위엄 있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때 잔은 위로 오므라지면서 반쯤 핀 연꽃 봉오리를 연상할 수 있는 모습으로 만들고 탁은 연못 위에 핀 연화 좌대와 넓은 꽃잎 받침의 형상으로 구성하는 것이 대부분 잔·탁의 조형이다. 당연히 잔·탁에는 연못과 연꽃이 주역이 되며 그 위에 국화나 모란 같은 꽃 장식을 하여 화려하고 장엄하게 치장하게 된다.
그런데 이 청자음각 규화형 잔탁은 반쯤 핀 황촉규(黃蜀葵) 꽃을 형상화하여 잔을 만들고 그 밑에 활짝 핀 꽃의 모습으로 탁을 만들어 받쳤다. 잔과 탁의 외형과 전체적인 비례가 정삼각형 구도 안에서 안정감을 주며 둥글게 원을 그리는 꽃송이의 측면 선과 잔잔한 파상선(波狀線)을 그리는 입술선이 이상적으로 조화되면서 높은 완성미를 보여 주고 있다. 잔좌(盞座)는 규화 대신 기존에 쓰던 그대로 복련(伏蓮)과 하엽(荷葉)으로 치장하였으며 전체 형태는 겹쳐진 규화 꽃잎을 조금 깊게 깎아 입체감을 살리면서 내외 면 여섯 군데에 간결한 모습의 꽃가지와 구름을 노련한 솜씨로 새겨 넣었다.
꿈 속의 꿈 -이근배
꿈이어라
꿈 속의 꿈이어라
하늘에도 없고 땅에도 없고
사람들의 마음속에도 없는
빛이어라
빛 속의 빛이어라
천년에 일각인 듯
어머니의 품 안인 듯
이슬보다 맑고
햇살보다 투명한 살결로
이제 마악 첫울음을 터뜨리는
<청자음각 규화형 잔탁>
비로소 고려청자의 알몸
오래 숨겨온 얼음보다 차가운 숨결의
뜨거운 입맞춤을 만났어라
삼천배 절하옵고
두 손 받쳐 올리오니
임이며,
이 잔 받으소서